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이탈리아입니다. 고대 로마부터 이어진 찬란한 역사 덕분이죠. 기원전 8세기 때 형성된 로마는 도시 그 자체가 문화유적이나 다름이 없는데요. 대표적인 것만 꼽아봐도 콜로세움과 바티칸, 판테온 신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덕분에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는 이러한 역사문화 경관들을 보존함으로써 관광 자원화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도시의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한 브랜드의 입점을 막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브랜드가, 무슨 이유로 입점이 금지된 것일까요?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패스트푸드점 중 하나인 맥도날드입니다. 전 세계에 35,00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맥도날드는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하지만 이탈리아 고대 로마에서는 입점을 금지당하는 좌절을 맛봐야 했는데요.

얼마전 맥도날드는 로마의 유명한 유적지인 카라칼라 욕장 바로 옆, 옛 정원센터 부지에 약 242평 규모의 드라이브 스루 체인점을 건립하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알베르토 보니솔리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그곳에는 입점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죠. 로마 시장도 이에 동의하며 “로마의 경이로운 유적들은 보존돼야만 한다”고 언급해 문화부의 결정에 힘을 실었습니다.

카라칼라 욕장은 로마 제정시대인 216년에 완공된 목욕탕인데요. 약 1천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입니다. 바닥 모자이크를 비롯해 건물 뼈대가 일부 남아있어, 보존 가치가 큰 유적으로 평가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는데요. 주변에는 콜로세움 등 다른 로마 시대 유적도 많이 자리 잡고 있죠.

이런 이유로 유적 보존을 중시하는 현지 문화계를 중심으로 맥도날드가 주변 경관을 훼손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건립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유적지의 주변 경관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요.

물론 단지 경관 때문만은 아닙니다. 파스타와 피자 등을 세계적인 음식으로 정착시킨 이탈리아는 식문화에 관해 가장 자부심이 강한 나라로 손꼽히는데요. 이 때문에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거부감이 유난히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86년 로마 시내 한복판에 있는 스페인광장에 맥도날드 1호점 입점을 놓고 국가적인 논쟁이 일었던 것은 유명한 사례인데요. 격론 끝에 결국 문을 열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탈리아 전통 음식 문화에 대한 모욕이라는 지적까지 나왔었죠.

2017년에는 전 세계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맥도날드가 입점할 당시 추기경들이 집단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맥도날드가 입점하면 지역 고유의 문화적, 사회적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또한, 맥도날드 음식은 로마의 미식 전통과 동떨어져 있으며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입점이 수치스러운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 고대 로마 유적 인근에 또 하나의 햄버거 명소를 갖겠다는 맥도날드의 꿈이 좌절되긴 했지만, 원한다면 관광객들은 어렵지 않게 빅맥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이미 로마에는 맥도날드 매장이 40개가 넘게 있기 때문이죠.

이에 맥도날드 대변인은 “맥도날드는 이탈리아 어디든 역사적인 장소 인근에서 매장을 운영할 때, 해당 환경을 존중하며 이에 맞춰 운영하도록 해왔다”고 입장을 밝혔는데요. 결국, 카라칼라 욕장 인근에 맥도날드의 입점이 금지된 이유는 고대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유적지를 보호해 관광객 수를 늘리기 위한 이탈리아 정부와 로마 시의 조치로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