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방송은 짧게는 20분에서 길어야 1~2시간 사이에 끝나지만,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당연히 훨씬 깁니다. 프로그램 특성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기획, 섭외, 촬영, 편집까지 길게는 수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죠. 이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드는 만큼, 히트하기를 바라는 게 모든 제작자들의 마음이겠죠.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예정된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조기 종영하는 프로그램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단 1회 방송 이후 종영하게 된 비운의 프로그램도 있다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그 외 생각보다 빨리 종영한 프로그램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부 시청자들의 반발, XY 그녀


2012년 9월 6일 밤 12시 20분, KBS JOY에서는 조금 색다른 프로그램이 전파를 탑니다. 신동엽, 홍석천, 김영이 진행을 맡은 이 프로의 제목은 ‘XY 그녀’로, 남성에서 여성이 된 트랜스젠더들이 출연해 ‘미녀들의 수다’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였죠. 해당 방송에서는 남자였다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로 여성스러운 외모를 자랑하는 출연자부터 종갓집 며느리가 된 출연자까지 다양한 트랜스젠더들의 솔직한 수다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방송이 나간 이후 일부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를 필두로 한 반발이 거셌습니다. 몇몇 시청자들은 KBS 시청료 납부를 거부했고,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의 지속을 반대하는 글이 쇄도했죠. 여의도 KBS 본사와 상암동 KSBN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결국 KBS N은 단 1회 만에 ‘XY 그녀’의 종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첫 방송되었던 ‘XY 그녀’에 대한 시청자 여러분의 의견을 수용하여 추후 방영 보류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연이은 부상 논란,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


2013년 MBC에서 방송된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는 ‘XY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초고속 종영으로 화제가 된 프로그램입니다. 신동엽, 전현무가 진행을 맡고 NS 윤지, 샤이니 민호, 방송인 샘 해밍턴, 이종 격투기 선수 김동현, 배우 김영호, 모델 김새롬 등 다양한 스타들이 출연한 이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출연자들이 다이빙 경연을 치르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숙련된 선수가 아닌 연예인들이 바쁜 스케줄 속에 시간을 쪼개 도전하기에 다이빙은 위험한 종목이었습니다. 초반부터 출연진의 부상 소식이 줄을 이었죠. 샘 해밍턴과 클라라, 양동근과 김영호가 부상으로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니 배우 이훈은 눈 밑에 멍이 든 채 출연해 팬들을 놀라게 했죠.

결정타는 개그맨 이봉원의 부상이었습니다. 이봉원은 연습과 녹화가 진행되는 경기도 고양시 실내 체육관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던 중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되었는데요. 안면이 일부 함몰되고 망막 손상이 의심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죠. 결국 ‘스플래시’는 4회분 방영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종영 반대 봇물, 폭풍의 연인


물론 드라마 중에서도 조기종영한 작품이 있습니다. 2010년 11월 17일부터 이듬해 2월 25일까지 MBC에서 방송된 ‘폭풍의 연인’은 당초 120부작으로 기획되었으나 경쟁작 ‘웃어라 동해야’에 밀리면서 6~8%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해 69회 만에 종영이 결정되었는데요. 이에 집필을 맡은 나연숙 작가는 “시청률 때문에 드라마를 무 자르듯 자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죠.

조기종영에 반대한 것은 작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주인공 ‘별녀’의 서울 생활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인간적 가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탄탄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던 만큼, 기존 시청자들의 반발도 거셌죠. 게시판에는 조기 종영을 반대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는데요. 이들은 “오랜만에 괜찮은 가족 드라마가 나오나 했더니 경영진이 막장”, “역시 물신주의 MBC”라며 거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역사왜곡 논란, 여명의 그날


역사왜곡 문제로 일찍 막을 내린 드라마도 있습니다. 1990년 9월 16일부터 3개월간 방송한 KBS 드라마 ‘여명의 그날’이 그 주인공이죠. 일제 말기부터 광복 이후 시기를 대하드라마로 그려낼 예정이었지만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리는 바람에 드라마 절반에도 못 미쳐 방영을 중지해야 했죠.

논란의 중심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을그리는 방식’이었는데요. 전광렬이 연기한 김일성이 너무 멋지게 나온다는 점, 그리고 일본군으로 복무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비밀리에 독립군에서 활동했다는 설정이 문제였죠. ‘실록 대하드라마’를 표방하면서도 역사적 사실과 다른 허구적 설정으로 반발에 부딪힌 ‘여명의 그날’은 결국 총 50회 중 13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