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의 주말 식사를 준비하거나 친구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할 때, 여러분은 식료품을 어디서 구매하시나요? 간편조리 식품과 맥주로 캐주얼하게 차린다면 편의점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조리한다면 대형 할인마트나 전통시장을 택할 확률이 높을 텐데요. 최근에는 신선식품에서 생활용품까지 구매가 가능한 어플도 다양하게 등장해 선택지를 늘려주고 있죠.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급할 때 혹은 차가 없을 때 가장 자주 찾는 것은 아무래도 집 가까이에 있는 ‘동네 마트’일 겁니다. 그러나 동네에 있다고 해서 다 같은 동네 마트가 아닙니다. 규모별로, 운영사 별로 상품 구성이나 매출이 천차만별인데요. 오늘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동네마다 대형 점포를 열어 1조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탑 마트’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매출 1조 4,900억 원의 대형 유통 업체


1981년 4월 부산진점, 아미점, 대청점 세 군데 직영점을 오픈한 탑 마트는 영남지역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마트 브랜드입니다. 소박한 외관과 농산물을 전면에 내어놓는 판매 방식 때문에 지역의 소규모 업자가 운영하는 마트인 줄 아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탑 마트를 소유한 것은 ‘서원유통’이라는 중견기업이죠.

부산과 울산, 대구, 경상남도, 경상북도 각 지역에 총 77개의 점포를 낸 탑 마트는 지난 2010년 매출 1조 원을, 2015년 1조 4,900억 원을 기록하며 명실 상부한 대형 유통 업체 반열에 올랐는데요. 영남권의 또 다른 대형마트 ‘메가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에는 탑 마트 제휴카드인 탑모아 체크카드가 따로 있을 정도죠.

주거지역 위주 출점, 당일 배송 신선식품


탑 마트가 ‘동네 슈퍼’로 인식된 데에는 창업주 이원길 회장의 전략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자본이 크지 않고 지점수, 판로에서 다른 대형 유통 체인에 밀릴 수밖에 없었던 설립 초기, 이원길 회장은 경쟁업체가 몰려 있는 상권이 아닌 일반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지점 수를 늘려나갔죠. 그간 있었던 동네 슈퍼보다는 크고 물건이 많지만, 중심지의 대형 슈퍼에 비하면 작고 소박했던 탑 마트는 1년 후 10호점, 2년 후 20호점을 오픈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설립 3년 만인 1984년 매출액 100억 원을 넘겼죠.

상품 구성도 차별화합니다. 화려하고 이국적인 식자재까지 비치하는 대신, 동네 주민들이 자주 구입하는 상품군에 집중하며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였죠. 김해, 밀양 등지의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어 당일 배송한 채소와 과일을 매대에 내놨고, 대형 선단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 서원유통을 통해 신선한 생선을 조달했습니다. ‘신선식품은 당일 배송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김해에 대규모 물류센터까지 세웠죠.

수목 돌풍과 막 퍼준데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마트 브랜드가 탑 마트의 존폐까지 위협하던 2005년, 탑 마트의 경영진은 새로운 마케팅 이벤트를 기획합니다. 대부분의 대형 마트들이 금요일부터 토요일, 일요일까지 주말 판매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탑 마트는 수요일과 목요일에 ‘수목 돌풍’이라는 할인 행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죠. 시내에 있는 경쟁 마트들은 주말에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주택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탑 마트는 평일에도 얼마든지 편하게 들를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수목 돌풍이 있는 날이면 최대 30% 할인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드는 손님들로 주차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인데요.

수목 돌풍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막 퍼준데이’도 있습니다. 매장 내 전 상품을 수목 돌풍보다 최대 20% 더 저렴한 가격으로 5일간 판매하는 이벤트죠. 이 날은 국산 냉장 삼겹살을 100g을 980 원에, 국산 갈치 대자 3마리를 8,960 원에 판매하는 등 할인율이 높아 주부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주부 사원 정직원 채용도 눈에 띕니다. 외부 용역 주부 판매사원들의 끈기와 전문성을 높이 산 서원 유통은 정직원 전환, 학자금 지원, 급여 인상 등을 제공하며 이들이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했는데요. 동네 주민들과 친분이 있고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 주부 사원들은 탑 마트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활기차게 바꿔 주었죠.


2017년 대형마트로 오픈한 대구점


포지셔닝도 판매전략도 모두 성공적인 것은 확실한데, 어느 정도 몸집이 커지고 나니 매출 확대에 차차 제동이 걸립니다. 매출액 1조 원을 넘어서면서 대기업으로 분류되다 보니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것이죠. 특히 주거지역 중심으로 매장을 내온 탑 마트는 2011년부터 수년간 새 매장을 내지 못했는데요. 기존 점포 리뉴얼, 직원 재배치 등 고객들의 쇼핑 환경 개선에 주력하며 추가로 점포 개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조금씩 성장을 도모했죠.

탑 마트는 지난 2017년 9월, 대구에 초대형 매장을 오픈합니다. 2003년 내당동에 대형 마트로 문을 열었다 2년 만에 철수한 뒤 12년 만의 일이었죠. 중구 남산동의 효성 해링턴 플레이스 아파트 내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1만 2천 평을 차지한 대구 탑 마트는 ‘국내 최대 슈퍼마켓’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전국 유명 산지 농산물을 총집합했다는 평을 받고 있죠.

건너편 남문시장의 존재, 상인들의 강력한 반발, 상생 협의 미흡 등으로 중구청으로부터 등록 신청서를 한 번 반려당한 탑 마트는, 지역 협력계획서를 보완 제출한 이후에야 대구점 개설 등록을 마칠 수 있었는데요. 2년 전부터 기존의 SSM 외에 매장면적 3천 제곱미터 이상의 대형마트로도 출점을 시작한 탑 마트는 지역 소상공인들과 갈등을 빚지 않으면서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