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본인의 영상 콘텐츠를 불특정 다수와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실력은 있지만 좁은 방송사 문을 뚫지 못한 이들에게는 자신의 콘텐츠 기획력을 뽐낼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죠. 전국구 유명인이 된 유튜버가 하나둘 생겨나더니, 최근에는 반대로 연예인들이 유튜브로 진출하는 사례도 속속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름만 대면 다 알법한 유명 PD들이 유튜브를 시작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최고의 스태프와 훌륭한 장비를 갖추고 방송으로 자신의 콘텐츠를 내보낼 수 있는 이들이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유튜브에서 영감받는 방송사 PD들


본격적으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지 않더라도, 유튜브 콘텐츠를 참고하거나 즐겨 시청하는 PD ·방송인들이 많습니다. 지난 5월 있었던 ‘tvN 크리에이터 톡 간담회’에 모인 tvN PD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죠. ‘코미디 빅 리그’ 김민경 PD는 “개그맨들도 대기실에서 유튜브를 보거나 실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방송보단 유튜브를 보는 계층이 늘고 있고, 젊은 층이 많이 소구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코미디 빅 리그’에서도 유튜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콩트 안에 녹이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백종원이 각국의 골목을 다니며 길거리 음식을 맛보는 프로그램, ‘스트리트 파이터’를 만든 박희연 PD도 때때로 유튜브를 참고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현지로, 호텔에서 식당이나 거리로 이동하는 과정을 굳이 모두 담지 않고 먹는 장면 위주로 보여주면서 주제에 집중하는 방식을 취하기까지, 유튜브 콘텐츠들이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죠.

‘더 지니어스’와 ‘대탈출’ 시리즈 등을 연출한 정종연 PD는 유튜브는 TV의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한정된 여가 시간을 두고 경쟁할지는 몰라도, 다루는 콘텐츠의 영역과 그 형태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건데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tvN뿐 아니라 유튜브로도 유튜브에서 가능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죠.

김태호 PD의 ‘놀면 뭐 하니?’


예능의 역사에서 가장 굵직한 획을 그은 프로그램을 하나만 고르라면 장장 12년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MBC ‘무한도전’을 꼽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무한도전을 통해 유재석은 자타 공인 ‘국민 MC’로서의 입지를 굳혔고, 같은 구성원으로 매번 신선한 포맷을 구성하는 김태호 PD는 그 기획력을 확실히 인정받게 되었죠. 지난해 3월 무한도전이 그 막을 내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김태호 PD의 다음 행보에 대해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김태호 PD는 뜻밖에도 유튜브에서 복귀를 알렸습니다. 지난 7월 유튜브에 ‘놀면 뭐 하니?’ 채널을 개설했죠. 평소 “놀면 뭐 하니?”라는 말을 자주 하던 유재석에게 그냥 카메라를 맡겨 보았다는 그는, 돌아온 영상을 본인만 보기 아까워서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는데요.

7월 27일부터 무한도전이 방송되던 시간인 토요일 저녁 6시 30분에 동명의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기 시작했지만 김태호 PD는 유튜브 영상 제작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기자 간담회에서 “유튜브는 방송을 시작했으니 그만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로 어떤 콘텐츠를 보여드릴지 제작해나가면서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죠. 현재 ‘놀면 뭐 하니?’의 구독자는 32만 명에 달합니다.


나영석 PD의 ‘채널 나나나’


김태호 PD와 양대 산맥을 이루며 예능계 트렌드를 리드하는 나영석 PD에게도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1박 2일’에서 시작해 ‘꽃보다’시리즈와 ‘삼시 세끼’, ‘윤 식당’의 연이은 히트로 스타가 된 나영석 PD는 지난해 CJ ENM으로부터 37억 2,500만 원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대표이사와 오너 일가보다도 높은 금액이었던지라 이목이 집중되었죠.

‘나나나’라는 다소 단순한 이름의 나 PD 유튜브 채널에서는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 세끼-아이슬란드 간 세 끼’ 풀 버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 PD가 직접 방송에 관련된 라이브 방송도 진행했죠. 나 PD는 ‘아이슬란드 간 세 끼’ 방송에서 만일 종영 전에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00만 명을 넘으면 ‘은지원, 이수근 씨를 달나라에 보내드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는데요. “기사 보니까 100만 정도면 돈을 엄청 번다더라”고 너스레를 떨었죠.

‘아이슬란드 간 세 끼’와 함께 ‘나나나’가 주목을 받는 건, 편성 시간과 유튜브의 활용 방식이 종전의 방송사 유튜브 콘텐츠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는 TV를 통해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요약하거나 재구성해 짧은 버전으로 유튜브에서 제공했다면, ‘나나나’는 그와 반대인데요.

‘아이슬란드 간 세 끼’는 과거 ‘신서유기 6’에서 이수근과 은지원이 받은 아이슬란드 여행권을 두고 ‘강 식당’에서 강호동이 “삼시 세끼 뒤에 매주 5분씩 붙여 내보내자”고 제안한 것이 실현된 케이스입니다. 방송 편성시간은 정말 단 5분이고, 풀 버전을 보려면 ‘나나나’로 들어와야 하죠. 풀버전은 방송, 요약 버전은 유튜브에서 시청하던 것과 반대의 시스템이 마련된 겁니다. 현재 채널 ‘나나나’의 구독자는 63만 8천 명으로, 100만 명 달성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정종연 PD의 말처럼 방송에서 어필하는 콘텐츠가 있고, 유튜브에서 사랑받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이는 방송 PD는 방송만 하고, 유튜버는 유튜브만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나의 콘텐츠 소재를 가지고 각 플랫폼에 어울리는 포맷으로 제작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기도 하니까요. 1995년생부터 2005년생까지, Z세대라 불리는 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6시간 14분으로, 1시간 29분에 그친 TV 시청 시간을 크게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바로 ‘유튜브’였죠. 방송사 PD들이라고 해서 유튜브를 등한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인데요. 업계 최고를 다투는 김태호, 나영석 PD 이후에는 또 어떤 PD가 새로운 유튜브 콘텐츠를 들고 나올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