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착실히 저금하는 것만으로는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든 시대입니다. 하지만 온갖 어려운 용어와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투자의 세계에 직접 뛰어들기는 겁나는 것도 사실이죠. 이럴 때 찾는 것이 전문적으로 재산을 관리해 준다는 재무 설계사인데요. 억대 연봉에 금세 외제차를 구매할 정도로 돈을 잘 벌고 잘 굴린다는 이들. 이들에게는 정말 내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줄 능력이 있을까요?


SNS에 떠도는 재무 설계사 구인공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SNS를 사용하다 보면 지인의 계정을 통해, 혹은 추천 콘텐츠를 통해 ‘신입 재무 설계사를 채용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해당 계정을 클릭해 들어가 보면 멋진 슈트에 비싼 시계를 차고 세련된 빌딩 숲에서 근무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는 재무 설계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죠.

입사한지 1년 반 만에 동기들 모두 고가의 외제차를 몰게 되었다며 키를 모아두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한강뷰의 집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처음 서울 살 때는 홍대 반지하 하숙집에서 살았다’며 과거 힘들었던 시절을 되돌아보는 듯한 멘트도 빠지지 않죠. 그리고는 ‘억대 연봉에 도전하라’, ‘입사 문의는 DM으로 달라’ 며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다단계 형태의 수익 분배 시스템


정말 재무 설계사가 되면 이 모든 것을 쉽게 가질 수 있는 걸까요? 1년 반 만에 벤츠를 몰고, 한강뷰의 멋진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을 만큼 재무 설계사의 수입은 높은 걸까요? 물론 극소수의 설계사들은 그런 정도의 성공을 누릴 수 있겠죠. 하지만 모두 그렇게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재무 설계사는 보통 기본급이 없고 계약 성사에 따른 수당을 수입으로 가져가는데요. 초기에는 당연히 고객이 없고 경험이나 스킬이 부족하니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해 계약을 따냅니다. 수입이 넉넉할 리 없겠죠.

계약 성사 시 일정 금액의 수당이 상급자와 회사로도 분배됩니다. 일종의 다단계라고 볼 수 있죠. 이것이 다들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너도 이렇게 될 수 있다’며 신입 직원을 채용하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신입 직원이 싫은 소리를 들어가며 친인척, 지인들에게 계약을 따 오면 상급자와 회사에도 이익이 발생하니까요. 기본급이 없기 때문에 계약 성사가 안 된다고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없습니다. 직원이 수입이 없는 상태를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그만둘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죠. 그래서인지 SNS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도 ‘재무 설계사를 모집한다’는 광고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짧은 근속 기간, 잦은 담당자 교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무 설계사들의 근속 기간은 다른 직업에 비해 짧습니다. 수수료만을 좇으며 이 회사 저 회사 옮겨 다니는 설계사들도 있지만 생각한 만큼의 수입이 생기지 않아 아예 일 자체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죠.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도 재무 설계사에게 재산 관리를 맡길 때 특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계약하기 전까지는 밤낮없이 내 포트폴리오만 생각할 것처럼 말하지만, 언제 생면부지의 설계사에게 자료가 넘어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재무 설계사가 제안하는 방식이 정말 돈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현명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누가 봐도 현재 고객의 재정상태에서 무리가 되는 설계일지라도, 계약을 많이 따내기만 하면 트로피부터 시작해 해외여행, 호텔 숙박권 등 후한 포상을 해주는 회사가 많으므로 이런 사진들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죠. ‘저위험, 고수익 보장, 원금 100% 보장’같은 문구가 있더라도 실제로 그러한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실상 높은 수익을 보장하면서 위험도가 낮은 금융상품은 흔치 않죠.


재무 설계 관련 자격증 소지 여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들에게 정말 고객의 재산을 관리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물론 재무 설계사 자격증은 존재합니다. 재무 설계의 전문성을 높이고 공익에 기여하기 위해 국제적 기준에 따라 윤리, 교육, 경험, 자격시험의 4가지 자격인증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판단하는 ‘CFP (Certified Financial Planner)’가 가장 대표적인데요. 한국 FPSB(Financial Planning Standards Board)가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교육 과정을 수료한 후에야 시험을 치를 수 있고, 합격률도 20~30% 정도로 높지 않은 편입니다.

CFP 취득을 위한 준비단계인 AFPK (Associate Financial Planner Korea) 역시 교육을 수료하고 시험에 합격해야 취득할 수 있죠. 물론 이러한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공부했고, 관련 지식을 보유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뿐이죠.

그런데 SNS나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한 재무 설계사 채용의 대부분은 이런 자격증 소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학력이나 경력을 비롯해 다른 자격요건도 따지지 않고 면접만 보면 합격 시켜주는 경우가 많죠. 위에 언급했듯 기본급이 없고, 하급자의 수입이 곧 상급자와 회사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재무 설계사로서 재력을 과시하는 사람들의 프로필은 대부분 ‘점장’ 혹은 ‘부지점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밤낮없이 과로하며 일하는 모습을 주로 업로드하고, 그 결과로 회사에서 받은 포상을 자랑하기도 하죠. 상식적으로 모든 재무 설계사가 1등이거나 점장일 리는 없습니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이름을 날리다 부당 이득으로 기소되어 수감된 이희진 씨 역시 외제차와 명품을 자랑하며 고객을 현혹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되겠죠. 화려한 겉모습 보다는 재무 설계사로서의 경력과 평판, 근속기간과 자격증 소지 여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현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