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가고 선선한 가을이 왔습니다. 예전에는 봄가을이 각각 3달이었는데 요즘은 체감상 한 달 만에 가고 있죠. 하지만 이 짧은 한 달이나마 멋진 트렌치코트를 입을 수 있어 가을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나가는 순간 코를 찌르는 냄새가 있죠. 바로 길거리의 은행 냄새입니다. 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밟지는 않을까. 내 머리 위로 떨어지진 않을까 불안불안한데요. 대체 왜 가로수를 은행나무로 심어서 이런 불편함을 만드는 걸까요?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1. 은행열매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는 이유

초록색으로 푸르던 은행나무지만 가을이 되면 은행열매를 하나씩 톡톡 떨어트리기 시작합니다. 은행열매가 터지지만 않는다면 냄새가 그리 심하지 않는데요. 문제는 멋모르고 지나가다 하나라도 밟는 순간 발생합니다. 은행열매가 터지면서 내부의 주황색 과육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이 주황색 과육은 곤충이나 새로부터 씨를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과육에는 빌로볼(Bilobol)이라는 이름의 독성물질과 은행산(ginkgoic acid)이 함유되어 있어 우리가 구워 먹는 은행 씨를 보호하죠. 이 독성물질이 외부로 드러나며 악취를 풍깁니다.

2. 가로수에 딱 맞는 은행나무

전국 가로수는 563만 그루나 됩니다. 이 중에서 은행나무는 무려 2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무려 112.6만 그루의 나무가 가로수로 사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 112.6만 그루의 은행나무 중 무려 40%, 약 45만 그루가 도로에 배치되었다고 하네요.

은행나무가 가을마다 악취나는 은행열매를 떨어트린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대체 왜 은행나무를 이렇게 많이, 특히 도시에 집중시킨 걸까요? 도시에는 사람도 많은데 말입니다. 사실 은행나무는 은행열매 냄새라는 단점을 가볍게 넘는 장점이 있어 채택된 수종입니다.


일단 가로수가 왜 있는지를 알아야겠죠? 통행이 불편하고, 매년 낙엽과 은행열매 등이 떨어지는 불편함이 있는데도 가로수를 배치한 건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도로와 인도를 구분하기 위해 가로수를 심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가로수는 조선시대부터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의 가로수는 지금과 역할이 조금 달랐습니다. 당시에는 거리를 알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나무를 심어두었습니다. 하지만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가득 찬 요즘은 도시 시민에게 녹지를 제공하고 맑은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기 위해 배치되고 있죠.


가로수로 인해 우리는 어디서든 쉽게 녹지를 접할 수 있습니다. 또 도로를 둘러싸고 배치된 가로수들은 공기를 정화하고 차량이 인도를 덮칠 경우 1차 방벽이 돼주곤 합니다. 풍성한 나뭇잎은 소음을 줄여줄뿐더러 햇빛을 차단해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시민들에게 그늘막을 제공해주죠.

이 같은 가로수의 조건에 은행나무는 딱 들어맞습니다. 우선 은행나무는 병충해에 잘 걸리지 않아 관리가 용이한 품종입니다. 더군다나 정화 기능이 탁월하고 잎이 넓고 많이 달려 그늘 제공, 소음 감소에 좋죠. 또 나무 자체가 튼튼하지만 14~30m 정도로 자라고 과하게 굵어지지 않아 도로와 인도에 주는 영향이 적었죠.

3. 은행나무 가로수는 개선 중

관찰력이 좋으신 분들은 은행열매가 특정 나무에서만 떨어진다는 걸 발견하셨을 겁니다. 이는 바로 은행나무 중 암나무에서만 은행열매가 맺히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암나무와 수나무 구별이 어려워 일단 심고 봤지만, 2011년 산림청이 DNA로 은행나무의 성을 감별할 수 있게 되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은행나무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때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모든 수종 교체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수나무만 있을 경우 꽃가루가 많아진다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 암나무의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