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목소리의 유명인들은 종종 성대모사의 대상이 되고는 합니다. 90년대 후반에서 이천 년대 초반까지, 개그맨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축구 해설위원 신문선 씨였죠. 2002년 월드컵을 해설하면서 자주 사용했던 “골이에요~골!”은 초등학생들까지 따라 할 정도로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축구 해설 위원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신문선 씨가 지금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과연 그의 새로운 관심사는 무엇일지, 근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의 축구 해설위원


서울 체육고등학교, 연세대학교, 대우 로얄즈 축구단, 충의 축구단, 유공 프로 축구단을 거치며, 그리고 국가 대표로서 오랜 기간 축구 선수로 활약해온 신문선 씨는 은퇴 후 프로스펙스(당시 국제 상사)에 입사합니다. 회사 생활 틈틈이 MBC 축구 해설 위원 활동을 병행하기도 했죠. 개성 있는 해설이 인기를 얻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프로스펙스를 퇴사하고 전문 해설 위원으로서의 활동에 전념하게 됩니다.

경기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던 종전의 축구 해설에서 탈피해 풍부한 비유와 재치 있는 코멘트를 가미한 그의 해설 스타일은 늘 주목을 받았는데요. 특히 1997년 있었던 98 프랑스 월드컵 예선전부터는 스타 축구 선수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우리 국가대표팀이 4강까지 진출했던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그의 인지도가 더욱 올라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죠.


독일 월드컵 오프사이드 발언, 그 이후


그러나 2006년 독일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신문선 해설 위원은 전 국민의 거센 비난을 받게 됩니다. 상대편 스위스 선수의 골에 대해 ‘오프사이드가 아니다’라며 스위스의 득점을 인정한 것이 문제가 되었죠. 비난 여론이 들끓자 SBS는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신문선 씨를 귀국시켰습니다. 이후 신문선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는데요. “해설자로서 냉정하게 살펴보니 오프사이드가 아니어서 그렇게 해설했다”고 말문을 연 그는 “국민들이 흥분하더라도 전문가인 축구인들은 의견을 정확히 밝혀야 하는데, 분위기에 눌려 그러지 않은 이들이 많다”며 동료들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신문선 씨는 명지대 기록정보과 대학원 산하 스포츠 기록정보대학원 교수로 취임합니다. 해설가로 활동하는 동안 데이터 분석 기법 등을 도입한 점이 학계의 주목을 받은 것이죠. 사실 그는 체육계에 드문 학구파로 이미 잘 알려진 상태였습니다. 연세대에서 체육학 석사를 취득하고, 2005년에는 세종대 대학원에서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죠.

축구 해설 일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2011년 아시안컵 기간 중 MBC SPORTS+ 축구 해설위원으로 복귀했으며. 2012년에는 브라질 월드컵 예선 중계권을 따낸 JTBC에서 해설을 맡았죠. 2013년에는 성남 시민 프로 축구단의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는데요. 스폰서 계약이나 시민들과의 소통 면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해 1년 만에 계약이 종료되고 말았죠.

홍대 앞 갤러리 오픈, ‘문화 운동장 만들고파’


다른 직책을 내려놓고 교수로서의 일에 집중하던 신문선 씨는 뜻밖에도 지난 9월 홍대 근처에 ‘와우 갤러리’를 오픈합니다. 평생을 축구인으로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갤러리라니, 의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사실 미술에 대한 그의 관심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는데요. 대학 시절 경기가 끝난 뒤에는 마포 근처 오래된 고서점을 뒤져 미술 관련 서적을 구입하거나 인사동에서 고미술품을 관람하는 취미가 있었죠. 박영선, 김종학, 권순철 등 내로라하는 화백들의 작품을 컬렉션 했고, 축구 해설을 위해 유럽이나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미술관, 박물관에 잊지 않고 들렀다고 합니다.

축구 인생을 걸어오면서 소리 없이 내면에 쌓인 폭력성을 정화하는 데도 미술과 음악 감상처럼 정적인 취미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과격한 신체 접촉도 불사해야 했던 선수 시절의 기억,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쏟아진 비난으로 괴로웠던 마음을 문화생활로 다잡은 것이죠. 등산을 하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는 과정에서 신문선 씨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고 앞길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어쩌면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는 그림의 힘을 신문선 씨는 믿습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술집으로 뒤덮여버린 현재의 홍대 앞에 문화적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하고 싶기도 했죠. 미술이 돈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작가를 발굴해 전시하는 ‘문화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 신문선 씨의 목표라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