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는 군대의 기강을 말하는 말입니다. 군대는 그 집단의 특성상 상관의 명령에 절대복종해야 하고 기율을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군기의 개념은 한국에서 조금 변질되어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사실상 군대가 아닌 집단에서 군대인 ‘척’을 얼마나 잘 하느냐로 군기가 잡혔네, 안 잡혔네 말하곤 하죠. 이런 군기는 특히 몸쓰는 직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중에서도 모델계의 군기가 심하기로 유명하죠.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모델들의 똥 군기 문화, 함께 살펴보시죠.

네가 그렇게 일이 많아?

모델 송경아에 따르면 모델 군기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일이 많은 후배를 군기 잡는 일이 있었다고 한 라디오에서 밝혔죠. 그는 “선배들이 일이 많은 후배들을 특히 많이 혼냈다. 장윤주와 제가 활동할 때여서 엄청 혼났다.”라고 말했죠.

당시는 모델 사이에서 군기가 특히 심했을 때라고 합니다. 송경아는 한때 전설적으로 무서운 선배가 있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회상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무서운 선배가 앉기 전에는 아무도 앉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분위기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불이익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죠. 그 규칙을 몰랐던 한 신입 모델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가 난리가 났던 것입니다. 결국 그 후배는 모델 생활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이건 선배인가 깡패인가

모델업계에서 피날레는 연차가 높거나 인기 많은 모델이 맡는 것이 관행입니다. 모델의 옷은 일반적으로 디자이너가 골라줍니다. 하지만 인기가 있어 피날레 담당을 맡아도 선배가 ‘그 옷 달라’라고 말하면 줘야 했던 것이 당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디자이너가 고른 옷을 마음대로 뺏을 수 있었다는 대목에서 디자이너의 권위를 무시할 만큼 모델업계의 군기가 강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이 끝난 뒤에는 퇴근도 하지 못하고 모여야 했습니다. 군대 라면 바로 영창감이죠. 선배들과 눈만 마주쳐도 혼이 나 시선은 언제나 15도 아래로 유지하고 인사는 90도로 해야 했습니다. 한때 모델 활동을 했던 강동원도 만원 지폐 한 장을 주고 빅맥 세트를 여러 개 사 오라고 했다며 모델계의 군기를 알린 적 있죠. 영화배우 이영진은 도시락을 챙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뺨을 맞았다는 글을 개인 SNS에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옷에 핀을 박아 워킹하는 동안 찔리게 하고, 포즈를 함께 취하면서 허벅지를 꼬집는 등 후배의 커리어를 망치려는 일부 선배들의 노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기가 강했던 만큼 이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죠.

최근의 모델 군기 문화

이 같은 모델들의 군기는 톱클래스 모델로 유명한 송경아, 장윤주가 대부분 끊어냈습니다. 송경아는 이를 두고 “우리가 논개처럼 떠안았다. 이 고리를 끊어야겠다 싶었다. 군기를 잡는 자체가 쿨해 보이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타 매체에서 군기 관련 질문을 받자 후배 한혜진이 “이제 그런 거 없다. 송경아, 장윤주 이후로 그런 문화가 없어졌다”라며 증언하기도 했죠.

모델 이현이는 요즘 모델들의 생각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는 선배들이 속옷까지 검사했었습니다. 모델이라는 직업 특성상 상반신은 속옷을 입지 않고 살색 팬티를 입어야 했는데, 간혹 어기는 후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땡땡이 속옷을 입고 와도 관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의상에 비치면 디자이너가 알아서 얘기할 텐데 굳이 제가 지적할 필요는 없다”라는 것이죠.

이처럼 군기를 없애려는 노력은 모델뿐만 아니라 군기 심하기로 유명한 개그맨들에게도 있었습니다. 이런 선배 개그맨들의 노력 덕분에 한때 개그맨들 사이에 군기가 없어지기도 했는데요. 정작 그 혜택을 입은 후배 개그맨들이 군기를 다시 부활시켜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일부 대학교에서는 이 같은 똥 군기가 여전하다고 하죠? 마음의 편지와 영창이 군대 밖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최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