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의 임직원 중 회장의 직함을 가진 인물은 4명입니다. 삼성그룹 창립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첫 번째 인물이고, 그의 아들이 이건희 회장이 두 번째 인물이죠. 세 번째 인물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권오현 회장입니다. 삼성가 총수 일가가 아닌 회장은 권오현 이전에도 한 명이 있었는데요.

처음으로 이를 달성해 당시에는 유일했던 인물인 이수빈 회장입니다. 그는 4명의 역대 회장직 인원 중 가장 인지도가 낮을 정도로 조용히,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었습니다. 무려 삼성 그룹 회장임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수빈 회장, 이건희 회장과 선후배 사이


경상북도 성주 출신인 이수빈 회장은 1939년 생으로 올해 만 80세입니다. 그는 서울 사범대학 부설 고등학교를 거쳐 1957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는데요. 이건희 회장과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로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965년 삼성 공채 6기로 제일 제당에 입사한 그는 이병철 회장 시절에도 능력과 인품 면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뛰어났는데요. 이후 1985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도 수료를 했죠.

CEO만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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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입사 9년 만에 그는 임원으로 승진하여 제일 제당의 이사가 되었습니다. 1978년 입사 12년에는 제일 모직 사장이 되어 5년간 재임하면서 최고경영자의 시작을 알렸는데요.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8세였죠. 이후 1978년 제일 합섬, 1980년 제일 제당, 1984년 삼성 항공, 1985년 삼성생명, 1991년 삼성 증권 사장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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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삼성그룹 회장실 비서실 실장으로 임명된 그는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1995년 마침내 삼성생명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2002년에 후배 양성을 위해 대표이사직은 사임한 후, 회장직만 유지하고 있으며 2018년까지도 삼성생명 본사로 매일 출근해 업무를 보는 성실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khan

이렇듯 CEO 경력만 무려 40년가량 되다 보니 ‘직업이 CEO’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는데요. 2019년에는 30년 이상 재직한 삼성 생명을 떠나 삼성 경제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죠. 현재는 그룹의 주요 행사 과장 역할과 경영 자문을 주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평사원부터 회장까지


그는 삼성 일가 총수 가문이 아니었기에 입사 당시 평사원부터 시작하였습니다. 가장 아래부터 꾸준히 성과를 일궈낸 그는 2015년 무려 근속 50주년을 달성하였는데요. 오너가 아닌 평사원이 한 회사에서 50년간 근속한 것은 한국 대기업 중 그가 최초였죠. 평사원부터 회장의 자리까지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낸 진정한 자수성가형 인물인 그는 삼성그룹 샐러리맨의 상징과 같은 인물로 ‘샐러리맨의 신화’라고 불립니다.

성공 비결,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인품


그의 성공 비결에 대해 주변인들은 인품과 결단력이라는 평가를 내렸는데요. 선후배가 모두 인정하는 인품과 위기 순간의 과감한 결단력이 그를 그 자리에까지 오르게 했다는 것이죠. 실제로 오랜 기간 함께 한 배정충 전 삼성생명 부회장은 “이 회장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스스로 실천하게끔 하는 스타일로 덕과 역량을 갖춰 그룹 내 선후배를 불문하고 모두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그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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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돌진하는 방식의 경영이 아닌 온건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화합형 CEO’로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할 뿐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이에 언론 인터뷰도 드물며, 입사 50주년 기념일에도 별도 행사 없이 삼성 금융 계열사 전·현직 사장들과 소소하게 식사 한 끼를 하며 조용히 보냈죠. 그렇지만 회사를 떠난 후에도 후배 임원들은 1년에 한두 번씩 식사를 함께 하는 등 자신의 주변인들을 챙기는 일은 마다하지 않는 성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들 모르게 무려 40년이란 시간 동안 사장 및 회장직을 역임하며 삼성에 정말 일평생을 바친 이수빈 회장의 일대기는 정말 대단합니다. 가장 아래 평사원부터 쉼 없이 달려 최고 직위인 회장까지 달성해낸 삼성맨의 상징이자 샐러리맨의 신화. 인품부터 사업 능력까지 모든 것을 갖춘 그가 모든 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