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물 발견’이라는 제목의 글이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아이리버 MP3를 우연히 찾은 글쓴이가 추억을 공유하고자 올린 글이었는데 추억에 젖어 대단한 반가움을 표하는 네티즌들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반면에 낯선 제품에 의아함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는데요. 아이리버 MP3는 200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학생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아이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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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과 20년도 안된 세월 속에 고대 유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리버의 인기를 눈앞에서 목격했던 사람으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인기 아이템이 이제는 추억의 물건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씁쓸한 감정도 남습니다. 어째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리버가 지금은 찾아볼 수도 없는 제품이 되었을까요? 말도 안 되게 주저앉아야만 했던 아이리버의 사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전까지 최고의 잇 템으로 통했던 워크맨과 CD플레이어를 밀어내고 ‘왕좌’를 꿰찼던 MP3 플레이어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통했습니다. 하지만 그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죠. 10년이 지나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했고 MP3 역시 그 왕좌를 스마트폰에게 물려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중 가장 치명적으로 타격을 받은 것이 아이리버였죠.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까지 MP3 플레이어는 CD와 카세트테이프 없이도 고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MP3는 단연 아이리버였는데요. 창업 3년 만에 국내시장을 평정했으며 일본의 소니마저도 앞질렀습니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2004년에는 매출 4540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 79%, 해외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기도 했죠. 불과 창업 5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한국은 MP3 플레이어 종주국으로서 수많은 회사에서 MP3 플레이어를 출시했었습니다. 와중에 아이리버는 독보적이었고 MP3 플레이어를 통해 성공한 대표적인 벤처기업 중 하나이죠. 1999년 설립해 출시한 제품인 리오볼트는 해외에 수출하는 성과를 냈으며 이어 선보인 프리즘과 크래프트 모델은 세계 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이 들고 다니는 MP3가 모두 아이리버였을 정도였죠.

아이리버의 최전성기는 ‘애플 씹어먹던 시절’로도 불립니다. 아이리버의 선풍적인 인기 속에 국내 시장에서는 한없이 초라할 수밖에 없었던 애플의 아이팟이었죠. 그뿐만 아니라, 아이리버는 아이팟을 미국 본토에서도 상당히 위협했었습니다. 위협적인 2위 자리를 고수하며 해외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아이팟을 향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계속했던 영향인데요. 아이리버는 ‘킬 아이팟’ 포부를 담아 사과를 깨무는 광고를 전 세계에 시전하기도 하였습니다. 반면에 애플 역시 ‘킬 아이리버’를 목표로 두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죠. 아이리버가 얕볼 수 없는 경쟁자였기 때문인데요.

출처 : aving

그런데 그 많던 아이리버들이 지금은 ‘고대 유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모두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MP3 플레이어는 완전한 상위 호환인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리버 역시 예외는 아니었기에 스마트폰 시장의 도래와 함께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죠. MP3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발맞추어 성장했던 애플과는 비교되는 행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리버는 말도 안 되게 흥했다가 말도 안 되게 주저앉아버렸습니다.

하지만 아이리버라는 회사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죠. 과거의 전성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나 여전히 명맥은 유지해가고 있습니다. 특히 2014년에 SK텔레콤이 295억 원에 아이리버를 인수하면서 재도약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는데요. 예상과는 달리 빠른 성장을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2017년 7월부터 신규 사업이 추가되고, SK텔레콤에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기 때문에 2~3년 뒤 가시적인 성과가 보여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는 시장의 평가는 아직도 유효합니다.

출처:경향비즈

현재 아이리버는 MP3 플레이어 전문 기업이란 꼬리표를 떼고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소형 ICT 디바이스 전문 기업’으로 부활을 꿈꾸며 매출이 급성장도 이루어내었는데요. 휴대용 선풍기, 에어서큘레이터, 차량용 블랙박스, 전자사전, 오디오를 비롯해 가습기, 휴대용 칫솔 살균기, 블루투스 이어폰 등 생활가전 전반에 손을 뻗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 미니(NUGU mini)’ 같은 AI 디바이스도 위탁 생산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추어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음질 음원 전문 플랫폼’에도 관심을 쏟고 있는 아이리버입니다. 아이리버는 과거 MP3 플레이어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휴대용 고음질 프리미엄 음원 플레이어(아스텔앤컨)를 시장에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차별화된 음원 서비스를 추구하는 매니아층이 확산됨에 따라 이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으로 보이는데요. 고음질 음원 유통업체인 그루버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아이리버가 고음질 음원 유통사업 강화에 나선 것이 아닌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출처:경향비즈

아이리버는 콘텐츠 사업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SK텔레콤이 SM·JYP·빅히트엔터테인먼트 3사와 음원 유통협약을 체결하면서부터 전체 음원 시장의 15%에 달하는 콘텐츠를 유통하게 되었는데요. 이로써 음원 사업을 다시 키워보겠다는 SK텔레콤의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리버는 멜론, 지니 같은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플랫폼 사업에도 진출할 전망이죠. SK텔레콤은 지난 6월 음원 서비스 ‘뮤직메이트’를 출시하고 제2의 멜론을 키우키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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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매출 증가를 이뤄낸 아이리버이지만 업계에서는 자금을 쏟아부은 것에 비해서는 초라한 성적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려 SK텔레콤으로부터 14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받은 거래 비해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죠. 이미 국내 음원시장 경쟁구도가 멜론과 지니 양강 체제로 굳혀진 만큼 뮤직메이트의 미래도 밝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투자 초기 단계인 만큼 아이리버의 미래를 비관하기엔 이르죠. 다시 한번 아이리버의 도약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