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들은 밥을, 유럽이나 북미 국가들은 빵을 주식으로 먹습니다. 밥을 먹는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에서는 동그란 모양의 차진 쌀을, 동남아 지역에서는 긴 형태의 훌훌 날리는 쌀을 주로 사용하죠. 이렇듯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식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는 타문화 존중의 시작이라 할 만큼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죠. 하지만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길러지는 식재료, 잔인한 요리법에 대해서도 문화 상대주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요. 오늘은 서양 요리의 정수라 불리는 프랑스 요리 중 동물 학대 논란이 있는 음식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개고기 먹는 한국인은 야만적이다?


볼륨 있는 몸매와 귀여운 듯 섹시한 얼굴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스 배우 브리짓 바르도는 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판해 왔습니다. 사육 방식의 부적절함, 도살 과정의 잔인함을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를 먹는다는 사실 자체까지 비난한 그는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은 야만인이다”라는 발언으로 한국인들의 공분을 샀죠.

은퇴 후 ‘퐁다시옹 브리지트 바르도’라는 동물보호 재단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던 바르도는 2002 월드컵을 앞두고 손석희 앵커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이번에도 ‘개를 먹는 사람에 대해 결코 존중을 표할 수 없다’면서 ‘문화적인 나라라면 어떠한 나라에서도 개를 먹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죠. 한국의 역사나 경제, 문화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느냐는 손 앵커의 질문에는 ‘한국의 번역된 동화를 읽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네요.

잔인하긴 푸아그라도 마찬가지


물론 한국에서 식용견을 사육·매매·도살하는 과정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동물 단체들도 개 식용 반대 운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고, 모란시장의 마지막 개 도살장은 지난해 철수되었죠. 서울시내 보신탕 집도 10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는데요. 다만 한국의 사정이나 문화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외국 배우가 무작정 한국인을 ‘야만인’으로 몰아가니, 한국인들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한국인들은 프랑스의 푸아그라가 개고기 요리만큼 잔인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나섰죠.

푸아그라(Foie-gras)를 직역하면 기름진 간, 즉 지방간입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했다면 지방간이 생길 리 없겠죠. 푸아그라는 거위나 오리를 좁은 철장 안에 가둔 채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을 거친 거위 간은 정상 크기의 10배까지 부풀어 오르고, 일부 거위들은 고통에 허덕이다 폐사하기도 하죠.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는 푸아그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 판매 금지 조치 되었지만 프랑스에는 아직 규제가 없는 상태입니다. 브리짓 바르도의 동물보호 재단은 ‘사료를 강제로 먹이는 것은 야만의 상징’이라며 자국의 잔인한 식문화에 대해서도 예외 없는 태도를 보였다네요.

흰 천을 쓰고 먹어야 하는 요리


끔찍한 생산방식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잔인한 프랑스 음식’하면 바로 푸아그라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아졌죠. 그런데 푸아그라보다 더 잔인해서 결국 금지되기에 이르렀다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최근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습니다. 참새처럼 자그마한 새, ‘오르톨랑’요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단지 작고 여린 새를 먹는다고 해서 푸아그라보다 잔인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 물론 아닙니다. 문제는 바로 이 새를 요리하는 방식에 있었는데요. 우선 오르톨랑의 두 눈을 산 채로 제거한 뒤 항아리에 넣고, 20일 동안 포도나 무화과 등 달콤한 과일들을 공급해 작은 오르톨랑을 살찌웁니다. 정상 크기의 4배까지 커진 새를 ‘아르마냑’이라는 이름의 증류주에 담갔다 뺐다 하며 조금씩 익사시킨 뒤 오븐이나 팬에서 구워내면 오르톨랑 요리가 완성되죠.

듣기만 해도 끔찍한 이 요리는 따로 양념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풍미가 뛰어나 ‘프랑스의 영혼을 구하는 맛’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드는 방식이 극도로 잔인한지라 하느님의 분노를 사지 않기 위해 흰 천을 뒤집어쓰고 먹는 풍습이 있었죠. 천을 덮는 이유가 단지 요리의 향을 잘 느끼기 위해서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무엇이 진실이건, 1999년부터는 개체 수 감소와 잔인한 요리 방식 때문에 오르톨랑 사냥과 요리가 금지되었다네요.

트러플 탐지견의 일상


송로버섯, 즉 트러플도 푸아그라, 캐비아와 함께 ‘세계 3대 진미’에 포함됩니다. 자연재배만 가능해 귀한 대접을 받는 트러플은 진하고 농후한 향 덕분에 유럽인들의 사랑을 받는 식재료죠. 트러플 오일 등 트러플 가공품은 한국에서도 대중화되는 추세인데요. 최근 트러플 역시 잔인한 방식으로 재배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트러플은 버섯인데, 동물이 아니라 균류인 버섯을 대체 어떻게 잔인하게 대할 수 있는 걸까요? 답은 트러플 자체가 아니라 트러플을 채취하는 데 동원되는 ‘트러플 탐지견’에 있었습니다. 땅속 깊은 곳에 묻혀있는 트러플을 찾아내기에 인간의 후각은 역부족이죠. 과거는 돼지를 이용했지만, 현대로 넘어오면서 훈련받은 개들이 트러플이 있는 곳을 알아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한 환경운동가는 인스타그램에 트러플 탐지견의 사진을 올리며 ‘트러플 소비를 멈춰달라’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탐지견이 자유 온종일 좁은 케이지 안에 갇혀있다 트러플 채취 시에만 잠시 풀려나고, 비싼 트러플을 먹어버리지 못하도록 무시무시한 모양의 입마개까지 착용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요. “몰랐던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 트러플 소비를 그만두겠다”고 댓글을 단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입마개는 개들이 숲 속의 독성있는 음식들을 먹지 못하게 하려고 씌우는 것”이라며 트러플 재배자들은 자신의 개를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