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셔올 땐 언제고 이제는 애물단지? 벨루가는 어디로…

수십억 들여 모셔온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흰고래
잇단 폐사로 3마리 중 1마리만 남아
방류도 쉽지 않아 기업마다 골머리

2014년 10월 문을 연 서울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는 원래 3마리의 흰고래 ‘벨루가’가 있었다. 2007년생 수컷 ‘벨리’와 2011년생 암컷 ‘벨라’, 2012년생 수컷 ‘벨로’다. 아쿠아리움 개장을  앞두고 러시아에서 54만달러(약 6억2400만원)를 들여 모셔온 벨루가 3마리 가운데 지금 살아있는 건 벨라 한 마리뿐이다. 벨로는 2016년 4월, 벨리는 2019년 10월 패혈증으로 폐사했다. 각각 5살, 12살로 벨루가의 평균 수명인 40살에 한참 못 미친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멸종위기종 벨루가가 잇따라 폐사하면서 남은 한마리의 방류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롯데월드

멸종 위기종인 벨루가가 수족관에서 잇따라 폐사하면서 남은 한마리는 자연 방류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동물보호단체들은 2014년 10월 롯데월드 측이 벨루가 전시를 시작했을 때부터 “몸길이 3~5m인 벨루가를 7.5m 깊이의 좁은 수조에서 키우는 것은 동물 학대”라며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낼 것을 주장해왔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결국 2019년 10월 벨라의 방류를 결정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벨라는 여전히 수족관에 살고 있다.

그러다 최근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울산 남구청이 운영하는 고래생태체험관으로 벨루가를 옮기려 시도했다는 MBC 보도가 나왔다. 벨루가의 서식지는 러시아 인근의 차가운 북극 해안인데, 20도 이상의 높은 수온을 좋아하는 큰돌고래가 살고 있는 고래생태체험관으로 보내려 한 것이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은 방류에 앞서 적응 훈련 장소로 검토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공공기관에 벨루가를 떠넘기려 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부딪혔다. 벨라는 과연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벨라, 2022년말 야생 적응장으로 이송

최근 논란을 의식한 듯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11월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웰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벨루가 야생 방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월드가 방류 진행 상황을 공식적으로 언론에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월드에 따르면 벨루가 방류 절차는 크게 7단계로 진행된다. 지금은 1~3단계에 해당하는 건강평가, 방류지 적합성 평가, 야생 적응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상태다. 2022년말 4단계에 해당하는 방류 적응장 이송에 이어 방류지 현지 적응, 방류 적합성 판정을 거쳐 최종 야생 방류를 한다는 게 목표다.

실제 고래류 방류는 야생 적응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서울대공원의 경우 지난 2012년 남방큰돌고래인 제돌이 방류를 결정한 뒤 2013년 3월 제주 바다에 방류했다.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 소유의 수족관 씨라이프는 2012년 벨루가 2마리 방류를 결정하고 8년이 지난 지난해 아이슬란드 바다쉼터에 방류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있는 벨루가. /롯데월드

야생 환경에서 생존해야 하는 벨루가를 위해서는 나이, 성향 등을 고려한 건강 평가가 중요하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일본 카모가와, 대만 국립해양생물박물관, 러시아 프리모스키 아쿠아리움 등 국내외 전문 수의사와 협진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벨루가의 야생 적응력 강화 훈련도 진행 중이다. 아쿠아리스트와 수의사가 매일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활어 적응 훈련을 통해 야생 습성 및 사냥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또 벨루가의 안전한 방류를 위해 해외 생크추어리(야생 적응장)에 이송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 다양한 야생 적응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송 후보지는 애초 벨라가 포획된 북극해 쪽인 아이슬란드, 캐나다, 러시아 등이다. 후보지 가운데서도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의 돌고래 바다쉼터다.

고정락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관장은 “벨루가 개체(벨라)에 대한 과학적 조사 연구를 한 이후 건강하게 야생성을 회복해 원래 개체군과 합류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며 “벨라의 인지력과 적응력, 체력에 따라 보호시설에 살게 둘지 야생방류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벨루가 방류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시가 제주 바다에 방류한 제돌이의 경우 약 7억5000만원의 예산이 들었다. 롯데월드의 경우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것 가능성이 있다. 고 관장은 “벨루가를 방류하기 위한 사전조사부터 이미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생명을 평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돈으로 환산해서는 안 된다”며 “방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벨루가는 어디로

롯데월드는 뒤늦게 방류 계획을 공개했지만 국내에 남은 다른 벨루가는 여전히 방류 대책조차 없다.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2012년 열린 여수엑스포를 앞두고 국내 최초로 러시아에서 3마리의 벨루가를 학술 연구 목적으로 들여왔다. 수컷 루이와 루오, 암컷 루비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살고 있던 벨루가 3마리, 지금은 1마리만 남아있다. /조선DB

그러나 아쿠아리움의 마스코트였던 벨루가 3마리 중 현재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남아 있는 건 암컷 루비뿐이다. 2020년 7월 수컷 루이가 폐사한 데 이어 2021년 5월에는 수컷 루오가 폐사했다. 폐사한 2마리의 나이는 12살이었다.  

벨루가가 잇따라 폐사하면서 루비를 자연 방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벨루가의 소유자와 운영자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라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전시 중인 벨루가들의 원 소유자는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이다. 아쿠아플라넷 여수를 운영하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소유권이 없다는 이유로 방류 결정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벨루가 소유자인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은 관리의 책임이 아쿠아플라넷에 있다는 입장이다. 

암컷 루비는 수컷 루오, 루이와의 합사에 실패해 5년여 가까이 비좁은 내실에 갇혀 지냈다. 루비가 살아온 보조 수조는 주 수조에 비해 면적은 약 5분의 1, 부피는 10분의 1에 불과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 측은 2016년 이후 수컷과 암컷이 교대로 내실을 오가며 지냈다고 해명했지만, 동물단체는 벨루가가 살고 있는 수조 환경은 세 마리 모두에게 최악의 환경이었다고 비판했다.

벨루가 등에 직접 타는 체험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사진. /거제씨월드 홈페이지 캡처

벨루가가 살고 있는 곳은 또 있다. 2014년 경남 거제에 문을 연 거제씨월드에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벨루가 4마리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 1월 11살 암컷 벨루가 ‘아자’가 폐사하면서 지금은 3마리가 남았다. 

거제씨월드는 관광객이 벨루가의 등에 올라타는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동물 학대 논란에 부딪혔다. 거제씨월드는 개장 이후 돌고래 20마리 중 9마리가 폐사하면서 ‘‘돌고래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동물권단체들은 거제씨월드를 폐쇄하고 벨루가와 돌고래를 방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거제씨월드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멸종위기 벨루가 지키려면

벨루가는 툭 튀어나온 이마, 하얗고 매끈한 몸, 웃는 얼굴이 매력적인 해양포유류로 귀여운 외모에다 온순한 성격 덕분에 돌고래만큼이나 인기가 많고 사랑받는 동물이다. 야생에서 벨루가는 주로 북극해와 오호츠크해, 베링해, 그린란드 주변 등 찬 바다를 오가며 생활한다. 10~20마리가 무리 생활을 하며 하루에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벨루가는 서식지 파괴 등으로 2008년까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레드 리스트에 취약종(VU)으로 분류됐다가 지속적인 보전 노력으로 개체수가 늘어 2017년 관심필요종(LC)으로 변경됐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데다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벨루가를 국내 수족관에서 볼 수 있게 되면서 벨루가가 있는 수족관마다 관람객이 몰렸다. 귀하게 모셔온 만큼 수족관들은 벨루가를 마스코트 삼아 홍보하기 바빴다.

아쿠아플라넷 여수 수족관 속 벨루가를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 /조선DB

그러나 넓고 깊고 차가운 북극해에서 살아야 하는 벨루가는 비좁은 수조에 살게 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바다와 달리 소음, 진동을 유발하며 자유롭게 지낼 수 없는 수조는 벨루가에겐 편한 서식처가 아니었다.

2017년 야생동물법이 개정되면서 국내로 더이상 벨루가를 들여올 순 없게 됐다. 2012~2014년 사이 국내에 들어온 총 10마리 중 2021년 11월 현재 남은 벨루가는 5마리뿐. 벨루가를 들여온 기업들은 책임을 미루며 벨루가를 애물단지 취급할 게 아니라 더 이상 수족관에서 폐사하는 벨루가가 없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글 jobsN 강정미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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